웹툰

해외의 웹툰

한국에서 시작된 웹툰이 세계 시장으로 뻗어나가는 속도는 솔직히 놀랍다 못해 당혹스러울 정도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웹툰"이라는 단어 자체가 영어권에서는 낯선 외래어였는데, 지금은 'Webtoon'이 영어 사전에 당당히 올라갔고, 북미 10대들이 스마트폰으로 세로 스크롤 만화를 읽는 게 일상이 됐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플랫폼의 확장과 더불어 현지 창작자들이 직접 웹툰 형식을 받아들인 흐름이 있다.

북미 시장부터 살펴보면, 네이버 웹툰이 영문 서비스로 확장하면서 현지 작가들이 대거 유입됐다. 미국 작가 레이철 스마이스가 연재한 *Lore Olympus*는 그리스 신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인데, 세로 스크롤에 최적화된 파스텔 톤 그림체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 작품은 웹툰이라는 포맷이 한국 콘텐츠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글로벌 창작 도구로 자리 잡았다는 걸 증명하는 사례가 됐다. 실제로 이 작품은 종이책으로도 출판돼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기이한 역주행을 보여줬다.

일본의 경우는 조금 독특한 맥락에서 접근해야 한다. 일본은 이미 망가라는 강력한 만화 문화가 있는 나라라서 처음에는 웹툰 형식에 대한 거부감이 꽤 있었다.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읽는 전통적인 망가 독자들에게 세로 스크롤 형식은 낯선 경험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피코마와 라인망가 같은 플랫폼이 일본 시장을 집중 공략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고, 지금은 일본 현지 작가들이 아예 처음부터 세로 스크롤 형식으로 작품을 기획하는 경우도 생겼다. 전통과 새로운 포맷이 충돌하고 섞이는 일본 만화 시장의 지형 변화는 꽤 흥미롭게 지켜볼 만한 지점이다.

동남아시아는 또 다른 의미에서 웹툰의 새로운 거점이 되고 있다.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같은 나라들은 스마트폰 보급률이 급격히 올라가는 시점과 웹툰 플랫폼의 현지화가 맞물리면서 엄청난 속도로 독자층이 형성됐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카카오페이지와 네이버 웹툰 양쪽에서 현지 작가 육성 프로그램을 공격적으로 운영한 결과, 지금은 자국 작가들이 인도네시아어로 된 웹툰을 활발하게 발행하고 있다. 이 지역 작가들은 한국 웹툰을 단순히 모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국의 신화나 민담을 소재로 삼아 독자적인 색깔을 만들어가고 있다.

유럽 쪽은 솔직히 아직은 웹툰이 주류라고 보기 어렵다. 프랑스는 전통적으로 '방드 데시네(BD)'라 불리는 자국 만화 문화가 강하고, 독자들도 이걸 일종의 문화유산처럼 여기는 분위기가 있다. 하지만 젊은 층을 중심으로 세로 스크롤 형식에 대한 관심이 서서히 늘고 있고, 일부 플랫폼들이 유럽 시장을 겨냥한 현지화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변화의 속도가 느릴 뿐이지, 방향 자체가 바뀌지는 않을 거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중국은 좀 더 복잡한 얘기다. 중국은 자국 플랫폼인 콰이칸만화, 빌리빌리, 텐센트 만화 등을 통해 독자적인 웹툰 생태계를 구축해왔다. 한국 웹툰의 영향을 받은 건 사실이지만, 중국 특유의 판타지 장르인 '선협물'이나 역사극을 세로 스크롤 형식으로 풀어낸 작품들이 독자적인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산 웹툰이 역으로 동남아와 한국 독자들에게까지 소비되는 사례도 나오고 있어서, 단순히 한국 웹툰이 세계로 나가는 일방통행의 구도만은 아니게 됐다.

결국 해외에서 웹툰이 자리잡는 방식은 나라마다 다르다. 어떤 나라는 한국 작품을 번역해서 소비하는 것에서 시작했고, 어떤 나라는 처음부터 자국 작가들이 이 포맷을 가져가 현지화된 콘텐츠를 만들었다. 공통점이 있다면, 웹툰이라는 형식 자체, 그러니까 세로로 길게 이어지고 컬러가 기본이며 스마트폰에 최적화된 이 구조가 전 세계 독자들의 소비 방식과 맞아떨어졌다는 것이다. 단순히 한국 문화의 수출이라고만 보기에는 이미 너무 많은 나라의 이야기가 이 안에 담겨 있다.